전통 메주 만들기 – 손맛으로 완성된 발효의 시작

메주, 장맛의 출발점
된장, 간장, 고추장.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 음식들은 모두 메주에서 시작됩니다. 메주는 단순히 콩을 덩어리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시간과 손맛, 미생물의 조화로 완성되는 생명체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메주 잘 띄워야 장맛이 난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메주 만들기의 계절 – 초겨울의 풍경
전통적으로 메주는 11월 말~12월 초에 만듭니다. 날이 차가워지면 벌레가 적고, 공기가 건조해 균이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마을 어귀마다 콩 삶는 냄새가 퍼지고, 장독대 근처에는 짚단과 메주가 나란히 매달린 풍경이 펼쳐집니다.
메주 만드는 과정
메주 만들기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한 덩이의 메주에는 겨울 내내 가족의 밥상과 건강이 달려 있었기에 누구도 이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 콩 고르기: 국산 메주콩(노란콩)을 깨끗이 씻고 불림
- 삶기: 4~5시간 푹 끓여 손으로 눌렀을 때 으깨질 정도로 익히기
- 찌기: 솥에서 꺼내 수증기로 완전히 익히기
- 빻기: 절구나 방망이로 찧어 점성이 생기게 함
- 성형: 벽돌 모양으로 눌러 짚으로 묶기
- 띄우기: 따뜻한 곳(온돌방)에 매달아 발효시키기
이때 짚의 미생물(바실러스균)이 메주에 스며들어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것이 바로 장맛의 비밀입니다.
짚과 온도의 과학
메주를 띄울 때는 짚을 깔고 쌓아 올린 뒤 공기가 통하게 해야 곰팡이가 잘 자랍니다. 온도는 25~30도를 유지하고, 일주일쯤 지나면 노르스름한 곰팡이가 피어납니다.
이후 서늘한 곳으로 옮겨 건조시키면 짚 냄새와 구수한 콩 냄새가 어우러진 진짜 메주가 완성됩니다.
메주가 완성되면?
완성된 메주는 장독에 넣을 준비를 합니다. 보통 정월 대보름 전후에 장을 담그는데, 메주를 물과 소금, 숯, 대추와 함께 항아리에 넣고 햇볕 좋은 곳에서 서서히 발효시킵니다.
봄이 되면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고, 남은 메주 덩이는 된장으로 재숙성합니다.
현대에 이어지는 전통
요즘은 공장에서 만든 장류가 많지만, 일부 시골마을에서는 여전히 손으로 메주를 빚습니다. 도시민 대상 체험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죠.
- 전통장 체험 프로그램: 메주 만들기 + 장 담그기 결합
- 메주 축제: 전북 순창, 안동 등에서 매년 개최
- 청년 귀농자 생산 브랜드: 수제 전통 장류 판매
맺으며 – 손맛이 만든 장맛
메주는 단순한 음식 재료가 아닙니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시간의 매개체이며, 자연의 미생물과 인간의 지혜가 만나는 과학입니다.
겨울 햇살 아래 매달린 메주 한 덩이에는 가족의 건강, 전통의 맛, 그리고 사람의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