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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의 풍경 – 5일장이 남긴 흔적들

정보창고 집사 2025. 9. 24. 12:15

장날의 풍경 – 5일장이 남긴 흔적들

 

5일장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전통 장터는 일정한 주기로 열리는 시장, 5일장이 중심이었습니다. ‘1일, 6일’, ‘2일, 7일’ 식으로 날짜 끝자리를 기준으로, 보통 5일에 한 번씩 특정 장소에 장이 섰습니다.

농촌이나 산간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생필품을 사고팔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 만큼, 장날은 단순한 쇼핑이 아닌 하루 종일의 이벤트였습니다.

장날 아침, 사람들이 모여들다

장날이 되면 이른 새벽부터 물건을 지고 지게를 멘 장사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냄비, 솥, 가마솥을 파는 철물장수, 약초를 들고 나온 할머니, 닭을 두르고 나온 생닭장수, 수레에 야채를 실은 노점상들…

마을 사람들도 아침 일찍부터 장보러 나설 준비를 합니다. 장날만을 기다리던 농촌의 활기찬 하루가 시작된 것입니다.

장터 안의 풍경

  • 방앗간 부스: 기름 짜는 고소한 냄새와 쌀가루 포대
  • 돼지머리와 막걸리: 제삿상 재료를 준비하는 어르신들
  • 솜사탕과 통닭: 아이들이 좋아하던 명물 간식
  • 이발소 천막: 장날 한 번 들르는 야외 이발소
  • 약장수 공연: 뱀쇼나 입담으로 사람들을 모으던 약상

그야말로 장터는 먹고 사고 놀고 보는 종합 문화 공간이었습니다.

사라진 직업들

장날에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전통 직업인들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소달구지 운송꾼: 물건을 실어 나르던 이들
  • 고무신 장수: 직접 수선도 겸하던 노점상
  • 뻥튀기 장인: “뻥!” 하는 소리로 아이들 눈길을 끈 존재
  • 작두 타는 무당: 무속 공연으로 군중을 모으던 인물

이들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 장터 문화를 만든 예술가이자 상인이었습니다.

장날의 사회적 기능

장날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교류의 장이었습니다.

  • 혼처 논의: 부모끼리 정보 교환
  • 소문 전파: 마을 뉴스와 정치 이야기 공유
  • 만남의 장소: 멀리 떨어진 친척, 지인과의 약속 장소

장날은 정보, 감정, 공동체의 온기를 나누는 장이었습니다.

현대에서의 변화와 계승

도시화와 유통의 발달로 전통 5일장은 점차 사라졌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 정선 아리랑시장 – 관광객과 지역민이 함께하는 시장
  • 양평 5일장 – 농산물 중심의 현대형 장터
  • 고성 전통시장 – 고령층을 위한 생활 밀착형 장날 유지

최근엔 전통시장 재생 사업으로 장날의 정서를 살린 공간도 늘고 있습니다.

맺으며 – 장날은 문화다

시장이란 단어는 더 이상 단순한 경제 활동의 장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의 냄새가 나고 이야기가 흐르던 공간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이런 사람 냄새 나는 장날을 기억하고 되살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전통을 일상 속에서 계승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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