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5일장에 남은 지역 전통문화

5일장, 단순한 시장 그 이상
현대화된 대형마트와 쇼핑몰 시대에도 전통 5일장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단순한 거래의 공간을 넘어서, 5일장은 지역의 삶과 문화가 교차하는 장입니다. 특히 정해진 날짜에만 열리는 ‘장날’에는 전통문화, 민속놀이, 지역 특산품, 토속 음식, 그리고 마을 공동체의 온기가 살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국의 대표적인 5일장 문화유산과 함께 여전히 남아 있는 민속적 요소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5일장이란 무엇인가?
5일장이란 5일 간격으로 순환해 열리는 시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3·8장’이라면 매달 3일, 8일, 13일, 18일 등에 장이 열립니다. 이 제도는 고려 시대부터 시작되어 조선시대에 전성기를 맞았고, 지금도 전국 600여 개의 전통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날짜, 위치, 장 종류가 다르며, 어떤 곳은 산속 장터, 어떤 곳은 강변에 떠 있는 수상 장터처럼 독특한 모습으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1. 강원도 정선 아리랑시장
정선 5일장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민속 5일장 중 하나입니다. 장날에는 농산물 외에도 정선 아리랑 공연, 약초 해설사 체험, 민속놀이 체험이 운영됩니다. 특히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곤드레밥, 콧등치기국수는 필수 먹거리로 꼽힙니다.
지역 고유의 노래, 음식, 사람이 공존하는 민속문화의 살아 있는 현장입니다.
2. 경북 안동 구시장 5일장
안동의 구시장은 유교문화권 특유의 정갈함과 함께 목공예품, 전통 제례 용품, 한지 제품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전통시장입니다. 장날에는 지역 무형문화재 시연과 함께 탈춤 관련 기념품 판매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시장 내부의 작은 공연무대에서는 안동국악협회가 진행하는 정기 공연도 이뤄집니다.
3. 전남 순천 장날문화 거리
순천의 5일장 중 일부는 장날문화거리로 지정돼 장터가 아닌 날에도 전통 공연, 먹거리 체험이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시장과 문화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strong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순천만습지와 연계한 전통 생태 체험 프로그램도 구성되어 있습니다.
4. 충남 예산 삽교시장
충남 예산의 삽교시장 5일장은 지역 농축산물의 주요 유통 경로이자 소 돼지 경매 문화가 아직도 일부 남아 있는 특이한 형태입니다. 장날에는 민속놀이 체험, 솟대 만들기, 지역 악기 전시가 열리며, 할머니들의 입담 강의도 비공식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5. 제주 서귀포 오일장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5일장인 서귀포 오일장은 해녀 문화, 돌하르방 공예, 감귤 요리 등 제주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입니다. 도구 체험 부스, 제주 방언 해설 시간, 민요 공연 등 관광객과 지역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돼 있습니다.
5일장이 지닌 문화적 가치
- 지역 정체성의 중심 – 고유 음식, 말투, 예절이 집약된 공간
- 공동체 기반의 상호작용 – 판매자와 구매자 간 인간적 교류
- 무형문화의 보고 – 민속놀이, 공예, 전통 음악 등의 현장 전승
- 세대 간 문화 교육 공간 – 어른의 지혜와 어린이의 체험이 만남
방문 팁과 유의사항
- 5일장은 현금 중심 거래가 많으므로 소액 현금 지참
-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에 가장 활기참
- 장날 날짜는 지자체 또는 시장 상인회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
- 지역 특산물 시세는 계절에 따라 급변하므로 미리 비교
마무리하며
5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닙니다. 그곳에는 우리 민족의 일상과 공동체 정신, 그리고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이 장터에서 인생의 이야기를 팔고, 기억을 사고 있습니다. 가까운 5일장에 한 번 들러, 시장을 넘어선 문화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