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은 늘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사찰을 찾을 때 대웅전, 삼층석탑, 범종각처럼 눈에 띄는 건축물만 둘러보고 발길을 돌립니다. 그러나 수백 년을 견딘 진짜 문화재는 때론 뒤뜰, 작은 암자, 기단 밑, 회랑 너머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보급 가치를 지닌 숨은 사찰 문화재들을 소개합니다.
1. 통도사 불보사찰의 석조 유물
경남 양산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대표 사찰이지만, 대웅전 아래쪽 석등과 석등 기단부는 대부분 그냥 지나치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 석등은 신라 후기 석조예술의 극치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보 제1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통도사는 건물 외에도 곳곳에 부도, 비석, 사리탑이 흩어져 있어 보물 찾기 하듯 관람할 수 있습니다.
2.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뒤편 석조물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으로 유명하지만, 장경판전 뒤편 언덕에 자리한 비공식 부도밭은 많은 이들이 놓치고 가는 공간입니다. 고승의 승탑, 탑비, 석등 등이 전각보다 오래된 경우도 있으며, 일부는 고려 시대 것으로 확인됩니다.
3. 서울 봉은사 ‘나무 뒤의 탱화’
도심 사찰 중 유일하게 전통불화가 잘 보존된 곳이 봉은사입니다. 특히 지장전 내부의 고졸한 탱화는 일제강점기 이전 민화 형식 불화로 희귀한 가치를 지닙니다. 일반 참배객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전문가들이 즐겨 찾는 유물입니다.
4. 공주 마곡사 암자군의 석탑群
충남 공주의 마곡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끈 사찰로 유명하지만, 뒷산에 있는 세 곳의 암자에는 탑신이 없는 반쪽 석탑, 조선 초기 부도, 파손된 석불이 문화재 지정 없이 조용히 방치돼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비되지 않은 이 흔적들이야말로 원형 그대로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전북 남원 실상사 회랑의 목재 장식
실상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선종 사찰로, 규모는 작지만 회랑 기둥 위 목재 장식물이 국보급으로 평가받습니다. 용머리, 봉황 날개, 매화무늬 등 다양한 문양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어 사찰 조각예술의 정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사찰 문화재 탐방 시 유의할 점
- 사진 촬영 제한: 문화재 보호를 위해 플래시 사용 금지
- 비공식 공간 접근 제한: 허가되지 않은 지역 진입 금지
- 문화재청 또는 사찰 홈페이지의 유물 목록 사전 확인 추천
- 조용한 태도 유지: 관광지보다 수행공간이므로
마무리하며
사찰은 종교 공간인 동시에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박물관 같은 존재입니다. 다음에 사찰을 찾게 된다면, 단지 전각만 보지 말고 길가에 놓인 돌 하나, 나무 뒤 조각 하나에도 귀를 기울여 보세요. 진짜 문화재는 그곳에 조용히 앉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